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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장비 쓰겠다" 등돌린 英에 美反화웨이 동맹 구멍

	번호: 92954	글쓴이: 온선이	조회:1	날짜:2020-01-30 05: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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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기지 등 핵심 분야선 배제…비핵심 점유율 35% 제한
英 “화웨이 5G 장비 일부 허용”…美 “실망스럽다”
“투자 중단” 中경고 통했나…동맹보다 실리 택한 英
“英, 화웨이 보증 선 것…다른 나라에도 영향”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방성훈 기자] 영국이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에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기로 했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동맹인 미국과의 우호보다 중국과의 경제적 실리를 택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실망했다”는 뜻을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화웨이를 사실상의 중국 정부 기업으로 규정하고,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허용할 경우 정보공유를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같은 압박을 무릅쓰고 미국의 유럽 동맹국 중 화웨이 장비를 쓰기로 한 나라는 영국이 처음이다.

영국 BBC는 “영국 정부의 결정은 사실상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증을 선 것이나 다름 없다”며 “유럽은 물론 남미나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英 “화웨이 5G 장비 일부 허용”…美 “실망”

28일(현지시간) BBC방송,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주재로 국가안보회의(NSC)를 개최하고, 화웨이에 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화웨이를 ‘고위험 공급업체(high-risk vendor)’로 분류하고 5G네트워크 핵심 부문과 핵시설 및 군사기지 등 민감한 네트워크 핵심 부문에선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로 했다. 모바일 기기 등을 안테나 기둥과 연결하는 접속망 등 비핵심 부문에서도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이 35%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영국 국립사이버보안센터의 시아란 마틴 센터장은 “고위험 공급업체는 민감한 네트워크 부문에 접근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핵심 부문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비핵심 부문에서도 점유율 상한을 뒀다는 측면에선 미국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셈이다. 그러나 완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측 의견을 모두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손을 들어뒀다는 얘기다.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영국 결정이 나온 뒤 이례적으로 논평을 내고 “신뢰할 수 없는 업체들이 5G 네트워크의 어떤 부분을 통제하는 데 있어 안전한 선택지는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도 “런던(영국)이 브뤼셀(EU)로부터는 벗어났지만, 자주권을 베이징(중국)에 넘겨준 것이 아닌가 두렵다”며 미국이 영국과의 정보공유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투자 중단” 中경고 통했나…동맹보다 실리 택한 英

영국 정부의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존슨 총리는 “대안이 없다”면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수차례 이어왔다. 지난 14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한다면 그 대안을 함께 제시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가 다양한 외교·산업 채널을 통해 “영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경우 중국 기업들의 영국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경고 이후 영국에선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경제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차이나 머니’마저 빠져나갈 경우 경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글로벌 로펌 베이커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의 대(對)영국 투자금액은 2018년 기준 384억파운드(약 58조 80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이 투자한 서방국가들 중에선 가장 큰 규모다.

‘미국 최우선(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을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주의 정책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수차례 영국 내정에 간섭하는 듯한 발언으로 영국 정부와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지난해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는 영국 왕실 인사를 비판해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영국 정치인들에 대해 노골적인 호감 또는 반감을 내비쳐 논란을 일으켰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과는 “루저”라고 비하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영국 옵저버는 여러 차례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은 속을 거북하게 한다”, “트럼프 시대 들어 미국에 호감을 갖는 영국인이 50%로 줄었고 서유럽에선 그보다 훨씬 더 낮다”고 지적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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