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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과 부유층 소득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거론하고 나섰다. 애초 증세 논의를 꺼리던 청와대도 여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모양을 통해 증세 논의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증세 논의를 터부시할 이유는 없다.
증세 논의는 19일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정기획위는 100대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세금 증가분 60조원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세금의 자연 증가분이야 그렇다고 하겠지만,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100조원이 넘는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그 동안의 정부는 천문학적인 낭비를 저질러왔다는 것인데 그렇게 볼 근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증세 없는 복지’가 논란을 일으킨 것도 이 대목이었다.
증세 논의는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에 비추어볼 때 반드시 필요하다. 빈익빈부익부로 치닫고 있는 경제 현실을 완화하기 위해서나, 고령화 시대에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나, 양육과 교육의 부담을 줄여 저출산 추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나 정부의 적극적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역할을 하자면 돈이 있어야 하고, 증세를 통해 이를 마련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 국민총생산에 대비한 조세부담률이나 여기에 사회보장 기여금을 합친 국민부담률을 볼 때 증세의 여력도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18.5%, 국민부담률은 25.3%로 OECD 평균인 25.1%와 34.2%에 비해 낮은 편이다. 국민 다수가 지향하고 있는 북유럽식 복지사회에 비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다.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컸고,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세금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었다. 그러다보니 증세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이 되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지지율을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정부로서는 지지율을 깎아먹을 게 뻔한 증세 추진이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더더욱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시기인 정권 초기에 논의를 시작하는 게 맞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고소득자 소득세를 높이고 그 다음 고액상속 과세, 자본소득 과세,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수순이야 국민적 논의를 거쳐 효율적이면서도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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