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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분, 내 안의 붉은 사막, 90×90㎝, 캔버스에 아크릴, 2017
토머스 하디의 ‘귀향’에 나오는 불모지 ‘이그돈 히스’. 타향에서 성공해 목가적인 삶을 위해 귀환한 사람(클림)과는 대조적으로, 답답한 시골 땅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친 욕망의 사람(유스테이샤)이 만나는 땅이다. 대지는 아름다움 외의 그 어떤 가치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베푼다. 이렇듯 대립적 시각과 동기가 얽힌 땅이 또 있다.
이창분의 ‘붉은 땅’은 요즘 흔한 ‘단색화’ 추상이 아니다. 실제 현실에서 마주친 풍경일 수도 있지만, 누구랄 것 없이 우리 내면에 있는 풍경일지도 모른다. 무언가 절망적인 불모지이면서도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는 곳이기도 하다. ‘심적 거리’에 의해 무심히 관조할 수도 있거니와 어떤 감정이 이입된 복잡한 심경과 이야기들을 유추해낼 수도 있다.
산다는 것이 그렇고, 우리 내면이 그런가 보다. 원래 사랑과 미움, 절망과 희망이 하나인 게지. 어떤 렌즈로 보느냐가 관건이다. 두 가지 상반된 욕구가 얽혀 있는 땅, 그것이 옥토가 될지, 불모지가 될지는 다 마음에 달린 일. “늘 그렇듯 화면에 남는 것은 기억의 혈흔”(작가 노트)이지만, 또한 삶을 향한 강렬한 빛과 에너지가 아닐까.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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