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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독도 문제로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 무산시켜

	번호: 243607	글쓴이: 금새이다	조회:0	날짜:2021-11-18 15:09:05

[경향신문]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일본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아 한·미·일 외교차관들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3국 협의 뒤 열려던 공동 기자회견을 무산시켰다. 일본 측이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단독으로 회견장에 나와 3국 외교차관협의 결과를 설명했다. 일본이 일정이 공지됐던 외교행사를 뒤집는 결례를 범한 것은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어 “일본 측이 우리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 문제로 회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일본 측이 한·미·일 외교차관협의가 시작되기 전에 이런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최 차관은 “우리는 개최국인 미국이 단독 회견을 통해 한·미·일 차관협의 결과를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면서 “한·미·일 차관협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일본 언론에 따르면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이름)를 둘러싼 사안에 대해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한국 측에 항의하는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김창룡 경찰청장이 한국시간 지난 16일 독도를 방문한 데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극히 유감”이라면서 “한국 정부에 재차 엄중히 항의했다”고 말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공동 기자회견 형식 변경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미 국무부는 전날 셔먼 부장관과 최 차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외교차관협의를 진행한 다음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고 공지한 상태였다. 한·미·일은 통상적으로 외교차관협의회를 진행한 다음 공동 기자회견을 해왔고, 지난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8차 협의회 뒤에도 3국 차관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이에 따라 3국 기자들은 풀 취재단을 구성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하지만 기자회견이 예정된 오후 2시를 1시간 40분 정도 앞두고 주미 한국대사관은 공동 기자회견 대신 셔먼 부장관이 단독으로 회견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회견장에는 셔먼 부장관 홀로 등장했다. 셔먼 부장관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한동안 그랬듯이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계속 해결돼야 할 일부 양자 간 이견이 있었다”면서 “이 이견 중 하나가 오늘 회견 형식의 변화로 이어졌다. 이 이견은 오늘 회의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독도 문제 때문에 일본이 공동 기자회견 개최에 몽니를 부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일본 측은 3국 외교차관협의 회의 시작 전 공동 기자회견 불참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하면서 김 청장의 독도 방문에 대한 일본 내 반발 때문에 3국 외교차관협의에 불참할 뻔 했다는 주장까지 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일본 측은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거론하며 분위기가 안 좋아 비행기를 못 탈 뻔했는데 한미일 차관협의가 중요하다고 상부를 설득해 왔다고 한다”면서 “일본 측의 주장은 기자회견을 하면 일본 언론인들의 관련 질문이 나올 것이고, 일본은 자신의 입장을 매우 강하게 이야기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도는 명백히 우리 영토이므로 우리도 명확하게 반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한미일 기자회견 자체가 독도 문제로 완전히 가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미측은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하면서 한국 측의 의사를 타진했고, 주최측인 미국의 제안에 따라 셔먼 부장관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일 회의 이후 예정된 한일 차관회담 자체는 깨지 않는다고 해서 세 차관이 최종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리 차관 취임 후 첫 출장이고, 지난 도쿄 한·미·일 차관회담에서 나름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에 그것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자 하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서 그쪽의 요청을 우리가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 차관과 모리 차관은 이날 오후 워싱턴에서 한일 차관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했다.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일 차관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출범한 이후 처음 이뤄진 한일 양국 간 첫 고위급 대면교류였던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한일 간 주요 현안과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최 차관은 일제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민관회의 등을 통한 피해자 소통 노력을 설명하면서 향후 현안 해결을 위한 양측 간 협의를 가속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차관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고, 모리 차관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선 “(법원이 압류한 일본 기업 재산을 매각해 배상금을 집행하는) 현금화가 취해지기 전에 외교적 협의가 진행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조만간 한일 국장급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차관은 한·미·일 3국 협력, 코로나19 상황에서 양국 국민의 편익 증진을 위한 협력 방안,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는 모리 차관이 독도에 관한 일본 측 입장을 언급한 데 대해 최 차관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조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의 관계 강화를 주요 외교 정책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고,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반발로 미국이 워싱턴에서 주재한 회의를 한 뒤 3국 외교차관들이 공동 기자회견에 함께 나서는 모습조차 연출되지 못하면서 냉랭한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확인시켜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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