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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나는 건강하다,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번호: 112884	글쓴이: 누오소	조회:0	날짜:2020-03-23 02:54:51

이가영 사회1팀 기자

        고민 끝에 결혼식을 강행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친구는 청첩장을 보내며 “안 와도 된다”고 말했다. 축하받아야 할 주인공이 미안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하객들은 한껏 차려입고도 얼굴은 마스크로 가렸고, 열 감지 카메라 앞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야 비로소 마음껏 축하할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꾼 풍경이다.

   온라인에는 애정 전선에 문제가 생겼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소개팅 전 “잠잠해지면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한 달 넘게 못 만나고 있다는 글부터,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데이트하던 장거리 커플은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는 사연까지 다양하다. 정말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대구에서 열리는데 가야 할지 고민된다는 글에는 ‘가야 한다’는 글과 ‘일단 축의금으로 축하해주고 나중에 만나도 된다’는 의견이 나뉘어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곳만은 평소와 별다를 것 없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클럽과 PC방이다. 대부분 클럽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문을 닫았는데, 이 틈에 개장한 몇몇 클럽에 젊은이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환기 장치도 제대로 없는 지하에서 2m 간격은커녕 20cm 거리도 유지하기 힘든 그곳은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곳일지도 모른다.

   좁은 공간에 붙어 앉아 음식도 먹고, 여러 사람이 같은 장비를 사용하는 PC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난주 찾은 PC방 주인들은 “사실 코로나19 확산 전과 찾아오는 손님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대구시도 22일 “종교시설, 유흥시설은 이미 운영이 제한되고 있으나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클럽, PC방에서는 코로나19의 위험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성업 중인 곳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엔 ‘나는 괜찮다. 건강하니까’라는 생각이 깔려있을 듯하다. 코로나19 감염이 무섭지 않은 청춘들에게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이때, 집에만 있으라는 게 어쩌면 가혹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별다른 증상 없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소 앓던 병을 악화시키는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WHO는 최근 “코로나19에 젊은이들도 천하무적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렇다. 나는 건강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가영 사회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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